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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돈보고 하느냐?' 라는 얘기를 들었다.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밝히자면 어느 회사의 입장이 아니고 어느 개인이 밝힌 그 개인의 입장이다.

물론 나도 스타트업은 당장의 돈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가치나 정말 회사가 잘 되었을 때의 보상을 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좋게 포장하자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 같은 것이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초기 멤버나 대표 혹은 돈 걱정 없이 스타트업을 할 수 있는 사람, 아니면 정말로 회사의 비전이나 대표에게 강하게 감명받아서 뜻을 함께하고 싶어 도원결의를 맺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성공 혹은 일확천금이라는 꿈을 꾸면서 지금을 불태울 수 있겠지만 당장 다음달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해야하는 나 같은 소시민한테는 그저 기가 차는 소리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100개의 스타트업이 생기면 1년 내에 90개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고 나머지 9개도 3년 내에 사라지며 남은 1개의 스타트업도 간당간당해지는게 현실이다. 사라진 스타트업 99개에서 ㅈ빠지게 일했던 그 구성원들은 무슨 보상을 받았겠는가? 스톡 옵션? 스톡 옵션은 2년, 4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저 종이 쪼가리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3년 이상 버티는 스타트업 잘 없다. 나 역시 2, 3년 전까지는 스톡 옵션이나 주식에 집착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가치 0원의 종이쪼가리라고 생각한다. 스톡옵션으로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 현혹하지 말자. 특히나 개발자들한테는 더욱 아이고 의미 없다. 그렇다면 보람? 성취감? 장난하지 말자. 진지하게 앞에서 그런 얘기하면 곱게는 못 넘어간다. 차라리 빠르게 엑싯을 해서 곱게 끝내자고 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

지금 나는 생긴지 2년도 안된 스타트업에서 반년 넘게 일하고 있다. 만약 이 회사가 5년, 10년 뒤에도 생존해있다면 그 때는 내가 초기멤버처럼 보일 수 있고 그 때 까지 내가 버티고 있다면 정말 한 몫 챙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 때의 일이고 지금의 나는 단순히 '임금'을 받기 위해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회사'에 제공해주고 있다. 이게 일반적인 고용인-피고용인의 관계다. 제발 나중에 회사가 잘되면 챙겨주겠냐느니 상황이 좋아지면 급여를 인상해줄테니 돈이나 보상 바라고 스타트업하지 말라는 그딴 소리 좀 하지 말자. 서로 한테 스트레스다. 그런 얘기는 제발 동업자나 지분 1% 이상 가진 사람한테만 하자. 이런 식의 희망 고문에 통수 맞고 결국 스타트업계를 영영 떠난 선배들 수두룩하게 봤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스타트업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정말 구성원들이 좋아서 남아 있는 것이거나 이곳에서 못 다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거나 냉정하게 아직 이직할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런 허황된 꿈 같은 미래를 기대하며 늦은 밤까지 회사에 남아 시간과 영혼을 바쳐 일하는 사람 잘 없다. (정말 완전히 없다고는 차마 못하겠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점과 터프한 업무 환경 그러한 경험으로 인한 자기 발전을 기대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했지 당장 다음달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하면서 돈보고 스타트업 하냐는 소리 따위나 들으려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와는 일절 관계 없는 내용들이다. 그렇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라도 나에게 이런 의사표시를 한다면 나는 고민 안하고 바로 탈주한 뒤 내 살길 찾아 떠날 것이다.

꿈이나 보람, 성취감, 재미 뭐 그런 것들을 가지고 일을 할 수도 있다. 내 워딩 표현 방식이 이러한 것들을 굉장히 폄하 하듯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나 역시 회사가 어려울 때 월세랑 세금 내고 남던 20만원으로 버티며 보람과 성취감으로 일했을 때가 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이렇게 살았던 적이 있었다는거 모른다. 다만 이것을 제발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최소한의 생활과 생존을 보장해줬을 때나 성취감과 보람, 꿈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믿을 수 있는건 회사와 불투명한 미래가 아니라 당장 통장에 찍혀있는 0의 갯수다.

추가글

글의 흐름이 왠지 스톡옵션 자체를 부정하는 듯이 읽히지만 본래의 취지는 스톡옵션을 까자가 아니라 스타트업을 돈보고 다니냐 라는 발언에 대한 열폭글이었습니다. 돈만 보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돈을 어느정도 못 받을 것을 감수하고 다른 것을 기대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열정페이 받으면서 저딴 소리들을려고 스타트업 다니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스톡 옵션에 대해 조금 더 덧붙이자면 회사의 기여자에게 스톡 옵션을 부여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입니다. 우선 스톡 옵션을 행사하려면 2년, 4년이라는 재직 리미트가 걸리는데 스타트업에 4년 이상 재직하는 개발자를 공동 창업자 외에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기간을 못채우고 이직이라도 하게 될 시에는 정말 종이쪼가리가 되는거고 오히려 괜히 스톡 옵션 때문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를 했다면 상관 없습니다. 제가 스톡 옵션이 가치가 없다고 한 것은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스톡 옵션을 행사하기까지가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원본은 제 페이스북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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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wu (Yu Yongwoo)

흔한 Node.js/Java 백엔드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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