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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개월간 블로그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못했다. 사실 나에겐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해 짧디 짧은 8개월 간의 직장 생활 끝에 여러가지의 이유(건강, 학업, 하고싶은 공부 등등)로 퇴사하게 되었고, 컴퓨터공학 4학년 마지막 학기로 돌아왔다. 제발 졸업시켜 주세요
8개월 간의 스타트업 생활은 나에게 많은 경험과 느낌을 남겼다. 6~7살 차이나는 고등학생 개발자들을 만나 같이 일하면서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다. 10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과 지식과 기발함이란.. 나는 그 나이 때 똥싸는 기계였는데.. 그리고 나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머리 좋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일하면서 나의 부족함과 짧은 생각을 통탄했던 적도 많다. 스타트업이고 평균 나이가 낮은 편이라 대부분이 20대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수준 차이가 달랐다. 그들은 고작 나랑 1,2살 차이 밖에 나지 않았따.
개발과 관련된 얘기를 해보자면 백엔드 개발자로써 제대로된 프레임워크를 사용해본 적 없이 생짜 코딩만 하던 내가 코드 이그나이터(PHP), 익스프레스 엔진(NodeJS) 등을 실컷 만져 볼 수 있었고, DBA로써 중규모 이상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설계(30 테이블, 52 뷰.. 그러나 MySQL 커뮤니티 버전 흑)를 해볼 수 있었으며, 서버 엔지니어로써 자동화 따위 씹어먹은 4G 메모리를 가진 열악한 사양의 Cafe24 리눅스 서버와 돈을 쓰는 만큼 성능을 뽑아내던 AWS의 서비스들을 오가며 실컷 써보기도 했다. 물론 스타트업 특성 상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맡는 점과 서버를 전담 한다는 점이 맞물려 가끔 보안 업무도 해본 덕분에 지금도 수많은 해외발(특히 중국) IP들의 기상천외한 인젝션들과 DDoS 공격 그리고 취약하디 취약한 워드프레스에는 치를 떨게 되었다. (이제 워드프레스는 절대 안 쓸거다.)
퇴사한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즈음에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가 좀 더 많이 알았다면 열악했던 서버를 더 빨리 안정화 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혹은 더 빠르게 서버 환경을 구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 빠르고 좋은 구조의 데이터베이스 모델링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좀 더 경험이 많았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더 좋은 솔루션이나 프레임워크를 제안할 수 있지 않았을까. 효율적인 개발 프로세스나 방법론을 제안할 수 있지 않았을까. Git을 제대로 써봤더면 효율적인 버전관리를 제안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보안 공부를 그만 두지 않았더라면 보안 위협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등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결국 지난 8개월간 내 공부와 경험이 부족하다는(내가 븅신이라는) 확신만 제대로 들었다.
한 참 바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 준비 때는 거의 일주일에 기술 서적을 한두권씩 해치웠었다. 퇴사하면 개강하기 전까지 공부 졸라 열심히해야지.. 했건만 개강하기 전까지 실컷 놀고 먹고 쌌다 (Prison Architect.. FarCry4.. 응팔.. 응사.. 부들부들). 기술 서적과 자기계발 서적을 들고만 다니고 한 권도 안 읽었다. (븅신 인증) 슬슬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들 때 쯤 블로그에 글 하나 딱 싸고 정신 차려야지.. 하고 그 때 이미 이 포스트의 제목도 정해 놓았다. '심기일전'이라고
심기일전 (心機一轉) [심기일쩐]
[명사] 어떤 동기가 있어 이제까지 가졌던 마음가짐을 버리고 완전히 달라짐. - 네이버 어학사전
물론 이 포스트를 싼 뒤에도 정신 못차리고 헬렐레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 이 포스트는 그냥 주저리주저리 신세 한탄 글이다. 그래도 내가 싼 이글을 계속 보면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미 공부할 분야도 어느정도 정해놓았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이지만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올해 상반기는 구직 활동 없이 쉬기로 했다. 앞으로의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그동안 건강도 좀 다시 챙기고, 부족하다고 느꼈던 공부도 실컷하고 블로그에 글도 열심히 싸야지. 몇 개월간 블로그 신경을 못썼는데 그래도 꾸준히 방문객이 늘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개강 첫 주부터 과제가 나온 덕분에 이 시간에 학교에서 과제 끝내고 생각난 김에 대충대충 글 싸야지 한게 길어져버렸다. 이제 집에 가야지. 피곤하다.
끝.
- 이 글은 Ubuntu Gnome 15.10 / fcitx 입력기 / Chrome 49를 사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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