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2022.04.05에 작성했던 글을 아카이빙하기 위한 블로그 포스트입니다

 IT 인력 유목민의 시대다. 직책자를 제외한 평사원의 IT 회사 평균 근속 연수는 2~3년 정도로 줄어들면서 귀착되는 것 같고, 기존의 거대 IT 회사의 인원들조차 본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혹은 험난한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본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주기적으로 조직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네카라쿠배당토야', 혹은 '네카라쿠배+a' 바운더리 내에서 IT인들이 돌고 돈다는 얘기는 이미 유명한 얘기다. 회사의 입장에서 본인 회사의 인력 손실을 막기 위해 인력 유출을 막으려 할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어차피 정해진 바운더리 내에서 IT인들은 돌고 돌며, 그 과정에서 '이런 거대 IT회사에 묶여있지 않겠어!'를 외치며 스스로 바운더리 밖으로 스스로 탈출하거나, 변화나 새로운 무언가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인원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그렇게 필터링된 인원들을 제외한 '핵심 인력' 들이 남을 것이고, 회사 차원에서 그들만 어떻게든 잡아두고, 바운더리 안으로 새로 유입되는 인력들과 잘 조합하여 조직을 굴릴 수 있다면 가장 가성비가 좋다.

 네카라쿠배+a가 막강한 보상을 내세우거나 처우를 개선하면서 기존 인력들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부가적인 효과고, 실상은 더 뛰어나고 더 많은 IT인을 외부에서 끌어오기 위함이 주 기대 효과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대놓고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는 순간 욕을 찍살나게 먹겠지. 회사나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서비스 스테이지 별로 더 적합한 새로운 사람들을 데려다 쓰거나 직책에 앉히거나, 흔히 말하는 '점진적 물갈이' 하는 방식은 이미 여러 회사에서 실험되고 있다. (여기에서 '더 적합한'은 더 높은 학력이거나, 경험적/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현재 단계에서 더 적합한 IT 역량을 가졌거나, 혹은 더 큰 규모 서비스의 경험/경력이 있거나 등)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모 회사는 올해 연봉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뭐 이래저래 블라인드가 시끄러운데, 사실 잘 모르겠다. 이런 시대에서 회사에서 나를 '도의적' 으로 챙겨줄 수는 있을지언정 회사가 이만큼이나 성장했고 이 만큼이나 돈 벌었으니 우리도 많이 챙겨줘! 는 옳은 방향인지, 먹히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당연히 그래 주면 베스트다. 하지만 이미 잡은 물고기에게는 밥을 적당히 뛰쳐나가지 않을 정도로만 주는 법이다.) 나 역시 조금의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젠 그냥 결과나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괜히 일에 집중하는데 방해나 된다.

 이 시국에는 결국 본인 몸값 본인이 알아서 잘 전략적으로 높이고, 회사가 나를 그렇게 이용하려 한다면 나 역시 회사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서로 윈윈이다. 나는 이 업계에서 구르는 동안 정해둔 어느 정도의 목표가 있는데, 지금의 조직에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면 그저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또 다른 조직으로 옮겨가 내 가치를 인정받으면 될 일이다. 내가 이곳에서 내 가치를 인정받으면 결국 회사에서 나를 잡기 위해 뭐든 하겠지. 지금까지 그러한 기준으로 이직하기도 했고. 그러다 나중에 다시 원래 있던 조직으로 돌아와 가치를 재산정받을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본인 몸 값은 본인이 챙기고 증명해야 하는 게 속 편하다 생각이다. 회사건 조직이건 보상이건 본인의 자아실현과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나 목표가 되어버리는 순간 삶이 피곤해진다. 목표를 위한 수단은 언제든지 다른 옵션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실력 있고, 뛰어난 인원들은 이러한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 나는 아직 그런 경지까지 오르지 못해 모르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회사에서 붙잡고 있으려 한다. 어쩌다 보니 알게 된 주변 갓개발자들의 고민을 떠올려본다.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혹은 나와 비슷한 나이에 대단한 경험을 했거나 업적을 쌓은 사람들이 많다. 이미 나 같은 흔한 개발자1의 고민 굴레에서 벗어나 또 다른 고민 굴레에 계신 분들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말 맨정신으로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판국이다.

 

삼줄요약
1. 돌아온 IT 회사 보상 경쟁 시즌2. 근데 회사는 이익집단.
2. 보상을 '수단' 정도로 생각해야지 '목적'이 되면 삶이 피곤해진다.
3. 내 경쟁력을 가지면 뭐든 따라오겠지 뭐~~ 라고 생각하면 편안

 

 

반응형
프로필사진

Yowu (Yu Yongwoo)

흔한 Node.js/Java 백엔드 개발자입니다
Ubuntu와 MacOS 데스크탑 개발 환경을 선호합니다
최근에는 vscode와 IntelliJ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vscode에는 neovim, IntelliJ는 ideaVim
개발용 키보드는 역시 HHKB Pro 2 무각입니다
락 밴드에서 드럼을 쳤습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
Total
Today
Yesterday